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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31일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진다?


#1
내일 누구를 찍을 거냐는 물음에 답하기를,
“내일, 뭐?”
“교육감 선거잖아요.”
“나는 그런 거 안 해.”

#2
폐지 수집하러 다니는 노파의 카트에는 뜯지도 않은 교육감 선거 투표 안내문이 봉투채로 들어있다. 얼핏 봐도 대여섯 부는 되어 보인다. 땡볕에 익어서인지 무안해서인지 나를 쳐다보며 지나가는 노파의 눈길에는 무안한 기색이 엿보인다.

#3
세 들어 사는 집에 배달된 투표 안내문을 각 현관에 돌렸다. 직장에 다닌다는 옆방 아가씨는 보지도 않고, 내가 버릴 신문지를 모아두는 구석에 버렸다. 나는 슬그머니 집어서 도로 문 앞에 두었다. 하루 지나 오늘 새벽에 귀가하면서 보니 다시 버렸다. 스팀이 오른다. 여기는 내가 버릴 신문지를 모아두는 곳이란 말여, 댁이 버릴 건 다른 데다 두라고, 괜히 투표도 않는 사람으로 오인 사게 만들지 말고. 나는 웅얼거리며 아가씨 문 앞에 다시 갖다 뒀다. 제발 투표 좀 해라, 된장아.

오후에 투표하러 간다. 동네 분위기는 여전히 막장이다. 좀 전 새벽에도 투표를 권유했다가, 그런 거 뭐 하러 하느냐는 사람한테 몇 마디 쏘아붙이고 들어오느라 기분 상했다. 3살 위인 사람인데…그보다 9살 위인 그 사람 형이 째려보는 상황에서 툭툭 치면서 화를 좀 냈더니 기분이 별로다. 바늘로 팔뚝을 찔리기 전에는 아픔이 뭔지도 모를 사람들이다. 그만큼 의식의 흐름이 표층에서 이뤄진다고 할까나. 말초적이고 단세포적인 저급한 의식을 지닌 채 화석이 되어버린 사람들이다. 생을 거듭하기 전에는, 어떤 계기로 자각하기 전에는 모르리라. 그들과도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자면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21세기의 벽두에 다시 계몽이 필요하다니. 문제는 그런 사람들의 기권도 투표의 결과에 한몫 거든다는 거….

흔하디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이 그러할진대,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신神을 저어하지 않는 무지無知가 비친다. 촛불의 일렁임은 그저 불씨에 불과했는지, 깨어있는 이는 많아졌지만 여전히 소수인가 보다. 1980년대로부터 근 30년을 달려왔지만 쳇바퀴에 불과했는가. 교육감 선거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 그들에게는 너무 난해한가 보다. 투표를 포기한 그들의 몫마저 남은 사람들이 져야 할 때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포기하면 편해.”
살아가는 마음이 삶이라 할 때, 현재를 살아내는 그들의 마음은 어떤 색으로 어떤 빛으로 이뤄졌을까.

이명박의 당선과 오만에 찬 독주, 기막힌 실정을 계기로 한 표의 무게를 깨달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다. 열기가 식어가는 틈새로 나타난 것은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다. 내일의 투표에 대한 무관심이 당장의 내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몰라도, 아이들의 미래에 직결된 일임을 모르는 것은 무지를 넘어 죄악이다.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공동체 의식이 없다.

일상에서 마주친 그들은 순박하다. 붕어빵 한 봉지를 사와서 나눠먹을 줄 알고, 김치도 나눠 먹는다. 다투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대선과 총선, 촛불집회, 교육감 선거를 통해서 느낀 그들의 모습에서 알아차린 것은 ‘순박함’에는 선도 악도 없다는 거였다. 행위의 결과에서 선악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또 느낀 것은 순박함이 우리를 다치게 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오늘의 그들에게서 막걸리 한 잔에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표를 팔아먹던 한 세대 전의 우리네 모습이 떠오른다.

경북 청도에서는 부정선거로 군수를 네 번이나 뽑으면서도 여전히 한나라당에게 표를 줬다고 한다. 순박한 시골사람들의 짓이다. 순박함은 더 이상 미덕이 되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무지에서 비롯한 순박함은 자신의 빛을 희미하게 만들고 주위를 어둡게 한다. 그들은 동 트기 전의 가장 짙은 어둠에 싸여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어둠을 당연시하고 포근하게 여기며 벗어날 생각을 스스로는 하지 못한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다, 곤봉에 맞고 발길질에 쓰러지고, 방패에 피부가 벗겨지고 물대포에 뼈가 부러질 때 그들은 드라마를 보며 울고, 오락프로를 보며 희희덕거린다.

이명박-한나라당-공정택 라인에는 한몫을 원하는 탐심에 물든 사람들이 있다. 기권은 기득권층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온다.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한 결과이다. 대선과 총선에서 이미 보지 않았는가. 투표를 해도 얻을 게 없다는 소아적 이기심에서 벌이는 기권인지도 모른다.

이 사회의 판세는 소수의 기득권층에게 유리하게 짜여있다. 다수 서민들이 투표에 불참할수록 소수인 기득권층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이런 구도를 타파하려면 다수가 깨어서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20% 언저리에 그칠 것이 확실한 투표율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또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걸까?

나는 오늘 경복궁에 갈 거다.



짤방의 동영상은 공정택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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